
매주 가기로 한 남산, 어느새 가을이 와 있었습니다
매주 한 번은 남산에 가기로 한 우리.
어제도 새벽부터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남산에는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단체로 뛰는 러닝크루가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힘차게 뛰어 올라가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우리 발걸음까지 가벼워집니다.
이제 제법 가을입니다.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바람은 확실히 시원해졌습니다. 걷다 보면 여름이 슬그머니 물러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남산 숲에서 만난 빨간 꽃무릇
걷다가 숲속에서 발길이 멈췄습니다.
빨간 꽃이 여기저기 무리 지어 피어 있는데 얼마나 신비로운지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상사화라고 했나?" 했는데 찾아보니 사진 속 꽃은 꽃무릇입니다.
잎사귀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땅에서 기다란 꽃대가 삐죽삐죽 올라와 있습니다. 그 끝에 새빨간 꽃이 피었고 길게 뻗은 수술은 또 얼마나 화려한지요.
초가을 숲속에 이렇게 선명한 빨간색이라니 참 묘합니다.
꽃무릇은 꽃이 질 무렵 잎이 나오기 시작해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사화와 혼동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꽃무릇과 상사화는 같은 수선화과 상사화속에 속하는 서로 다른 식물입니다.


보랏빛 열매의 정체는 작살나무
조금 더 걷다가 이번에는 보랏빛 열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록색 잎 사이에 작은 보라색 열매가 송글송글 모여 있는 모습이 예뻐서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찾아보니 작살나무 종류라고 합니다. 이름은 투박한데 열매는 보석처럼 예쁩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작살나무 열매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 부분은 조심해야겠습니다. 작살나무 열매는 야생조류의 먹이가 되지만 사람이 식용으로 먹는 일반적인 열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진만으로 정확한 종을 구분하기도 어려우니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좋겠습니다.
팔각정에서 먹는 김밥과 아메리카노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팔각정에 도착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김밥을 꺼내고 아메리카노도 한잔했습니다. 산에서 먹으면 평범한 김밥도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 가족끼리 온 사람, 관광객까지 저마다의 주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산을 내려왔습니다.
몸은 제법 걸었는데 기분은 오히려 더 상쾌합니다.
요즘 남산에 다녀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집 안에서 하루를 보낼 때와 밖으로 나와 걷고 돌아다닐 때, 주말의 길이가 참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

아침 일찍 나와 산을 오르고 꽃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김밥도 먹고 집으로 돌아와도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주말이 참 길게 느껴집니다.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덥다고 했는데 남산 숲에는 빨간 꽃무릇이 피었고 보랏빛 열매가 익어갑니다. 나뭇잎도 조금씩 가을빛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가을도 잠깐이겠지요.
조금 있으면 단풍이 들고, 그 단풍이 떨어지고 나면 또 겨울이 올 겁니다.
그래서 매주 가기로 한 남산이 더 좋아집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지난주와 이번 주가 다르고, 다음 주에는 또 무엇이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오는 가을을 매주 조금씩 만나러 가는 것.
올가을 우리의 주말은 그렇게 보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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