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일본에서 사 온 화장품, 그리고 ‘예비 며느리’라는 말/일본 카오(Kao)의 큐렐(Curél) ‘윤침보습 페이스크림(Moisture FacialCream)/일본여행선물
아들이 일본에서 사 온 화장품, 그리고 ‘예비 며느리’라는 말

우리 아들은 무뚝뚝한 편이다.
살가운 말도 별로 없고 불평도 좀 많은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여자친구와 일본여행을 다녀오면서 화장품 하나를 사 왔다.
“여자친구가 골랐어.”
그러면서 내게 건네준 것이 일본 카오의 큐렐 페이스크림이었다.
받아놓고는 며칠 동안 가방 속에 넣어둔 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운동을 마치고 생각이 나서 처음 발라봤다.
그런데 참 좋다.
촉촉한데 번들거리지 않고 향도 자극적이지 않았다. 피부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알아보니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를 위한 보습크림이라고 한다.
운동하면서 만난 지인들에게 나도 모르게 자랑을 했다.
“이거 우리 아들 여자친구가 일본에서 골라서 사다 줬어.”
그 말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했다.
“며느리?”
그러다가 다시,
“예비 며느리?”
그 말을 듣는 순간 잠깐 생각하게 됐다.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며느리’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예비 며느리’라는 말을 쉽게 붙이는 것도 내게는 조금 조심스럽다.
아들의 여자친구.
지금은 그 말이면 충분한 것 같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서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언젠가 정말 우리 가족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화장품 하나가 전과 다르게 보였다.
일본까지 여행을 가서 남자친구의 엄마에게 드릴 화장품을 하나 골랐을 그 마음이 고맙다. 비싸고 화려한 선물이어서가 아니다. 어떤 것이 좋을까 생각하고 골랐을 그 마음이 예쁘다.
그리고 나도 생각했다.
‘정말 우리 며느리가 될 귀한 사람이라면 나도 잘해줘야지.’
새로운 사람이 한 집안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일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니 나에게도 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괜히 책임감 같은 것도 생긴다.
그래서 아들에게 문자를 하나 남겼다.
“화장품 오늘 발라봤는데 참 좋더라. 고맙다고 전해줘.”
무뚝뚝한 아들 덕분에 이렇게 연락도 한 번 더 하게 된다.
그리고 화장품도 갑자기 아까워졌다.

조금씩 발라야겠다.
크림 한 통인데 그 안에 아들과 여자친구의 마음까지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오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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